sadi라는 곳은 어떤 곳이었을까?
sadi라는 곳은 어떤 곳이었을까?

2013 SADI 졸업전시회 현장을 가다 - Samsung News Room

청춘들의 고민해결 지침서2, SADI 졸업전시회

2012년과 2013년은 sadi 교육에 있어서, 격변의 시기였다. 10년도 더 지난 이야기이지만, 김영준 학생이 부임하면서 내부 교육 프로그램을 진단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해야만 했던 시기였다. 삼성전자 내부의 인사시스템과의 결별이 결국 이루어졌지만, 평가나 복지 등은 삼성전자 내부의 기준이 도입되면서 오히려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됐던 시기였다. 그 당시 sadi 의 정체성은 여러 갈래로 나눠있었고, 그 정체성에 대해서 학생, 교수, 그리고 행정 조직, 사디 운영진 그 누구에게도 명쾌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sadi는 과연 Bauhaus 처럼 명쾌하게 존재의 이유를 한국 디자인의 역사 속에 기술할 수 있을까?

2026년도에 사디 폐교에 관한 SNS 기사가 나고 sadi 는 과연 어떤 존재로 한국 사회에 기여를 했고, 어떤 유산을 남겼으며, 앞으로 어떤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제 2년 후인 2028년 1월 말 즈음에는 sadi에 남아있는 재학생은 없게 되며, 따라서 폐원수순을 밟고 커뮤니티 형식으로만 남아있게 될 전망이다. 지금 시점에서 존재의 이유를 더 처절하게 고민해야 하고, 보다 더 객관적이고 허심탄회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성 디자인 스쿨 마지막 전시에 관한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보며, sadi는 

1. 근본없는 학생들이 모여 근본을 탐구하던 곳이었다. 라고 정의내리는 것은 일정 부분 타당한 존재의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sadi의 가장 핵심적인 존재 이유이자, sadi가 한국 사회에 가장 크게 기여한 부분이 바로 이 지점에 있다는 점은 한편으로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점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인 교육 기관을 지향했던 곳이기는 했지만, ‘근본’이 있는 삼성 멤버십과는 결을 달리했던 조직이었다. ‘근본’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지원자들을 모아 다양성을 바탕으로, 다양성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의 디자인 교육 기관을 지향했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노력하고 실험했던 곳이 바로 sadi였다. 이러한 표현이 보다 더 근원적으로 sadi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sadi 폐원 소식을 들었을 때, 이제 근본 없이 디자인을 좋아해서 디자인을 배우려는 청춘은 어디에서 꿈을 키워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가장 먼저 들었다.아러한 점은, sadi가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해소되지 못했던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는 역할을 자처해 왔다는 사실까지 이어지게 된다. sadi에는 참으로 다양한 배경을 지닌 학생들이 입학했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 및 운영 프로그램이 구성되었다. 이질성이 만나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소수로 클래스를 구성하였고, 기초 교육 과정도 밀도있게 설계할 수 있었다. 선발 기준 역시 ‘얼마만큼 다를 수 있을 것인가’를 기준으로 삼아 운영되던 시기도 있었다.

이러한 지점에 존재 이유가 있었다고 이야기한다면, sadi의 역할에 대해 반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위에서 댓글을 단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존재 이유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디자인에 대한 꿈으로 자신의 진로를 바꾸려는 젊은 청년을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고, 과거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공간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 부분은 문제의식을 갖고 고민해볼 문제다.) 

 

sadi에는 근본없는 다양한 디자인 전공 희망자가 모여 있었지만,

2. 디자인 셀럽과 실생활에서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곳이었다.

[신년기획-‘58년 개띠’] "국내 디자인 1세대…내 인생 아직 2모작"

sadi에는 역대급 디자인 셀럽들이 많았다. 디자인으로 성공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이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때로는 식사를 함께 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었고, 그래서 디자이너의 일상적인 생각과 태도, 관심사에 대한 관점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곳이었다. 김영준 원장을 비롯하여, 장동훈 원장, 정국현 원장, 이돈태 원장 등 디자인계의 유명 인사가 이 곳 sadi 의 원장으로써 그 나름의 역할을 담당했었다.

오랜 현직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에 대한 비전이 있었고, 그 비전을 sadi라는 교육 기관을 통해 구현하려고 무던히도 노력했던 곳이었다. 물론 현실적인 어려움 - 벽에 막혀 그 비전이 온전히 달성되지는 못했지만, 꿈을 꾸고 그 꿈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었다라는 사실만으로도 sadi는 멋진 곳이었다.

 

또한

3. 직장인들의 career path 변화를 시도해볼 수 있는 곳이었다.

Perflexity가 찾아 준 정보를 보면, sadi 관련 게시글은 학원 블로그 글 혹은 직장인 블라인드 게시판 등에서 자주 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sadi의 신비주의 전략때문이었을까? 사디라는 교육기관은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잘 노출되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언급되는 사례가 있는 데, 예전의 신입생 일부는 그런 사디 관련 게시글을 보고 지원했다고 면접에서 밝히곤 했다. 실제로도 팀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직장인이 디자인을 배우고 싶어서, 혹은 어릴 적 꿈을 실현하고 싶어서, 혹은 sadi를 커리어 변경의 창구로 삼고 싶어서 지원한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이런 이유때문에 한편으로는, design 과 engineering의 자연스러운 융합을 기대하며 선발했던 engineering 배경의 학생이 coding이나 설계는 전혀 손을 대고 싶지 않아서 design 학교에 지원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쉬워했던 적도 있다. 컴퓨터와 디자인의 융합을 꿈꾸던 시기에는 이런 학생들의 태도에 무기력해질 때도 있었지만, vibe coding의 시대를 맞이한 시점에서 두 분야를 모두 아우루는 새로운 인재상은 이제 어느덧 new normal 이 된 듯 하다.

 

마지막으로, sadi라는 교육기관에서는 학생들이

4. 정말로 다양한 다채로운 시각을 겹겹이 쌓을 수 있는 곳이었다.

디자인은 시각 예술이다. 시각 예술을 생각할 때, 정확하게 보는 훈련이 절대적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sadi에서는 새롭게 보아야 한다는 점을 많이 강조했다. 단지, 새롭게만 보아서는 안되니, 정확하게 보게하는 훈련도 상당히 했다. 새로운 시각을 갖춰주기 위한 노력에는 주변 환경도 한 몫을 했다. Sadi가 위치한 논현동에는 유독 영화사도 많고, 광고 기획사, 영상 편집 회사, 모델 에이전시도 많았다. 그리고 압구정동에는 다양한 패션 편집 샵들이 많은 곳이다. 이런 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이 될 수 있었다는 것도 sadi의 장점 중 하나였다.

또한 한 가지 문제를 보더라도, 경영학을 전공한 학생은 경영적 관점에서, 공학을 전공한 학생은 공학적 관점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학생은 인문학적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접근해나가는 교육 환경이다보니, 항상 디자인 문제에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밖에 없는 교육 환경이었다.

마지막으로 global inspiration tour 프로그램을 통하여, 세계적인 시각에서는 디자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지, 교육환경에서 새로운 변화를 어떻게 수용하는 지 등을 현지 디자인 스튜디오 방문, 그리고 현지 교육자와의 대담을 통해서 알아갈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결국 디자인은 각 나라마다 다르게 해석되어지고 있으며, 디자인에 경계가 없다라는 사실이었다. 예술을 거리로, 예술을 집 안으로, 예술을 일상으로, 그 시대에 맞게 라는 모토만이 세계 디자인을 관통하는 유일한 흐름음을 알 수 있었다.

디자인은 서양의 문물을 따라하는 직업이 아니라, 각자 개인의 내면에서 보석을 찾아내는 작업에 가깝다는 디자인의 본질에 도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곳이기도 했다.

 

원칙적으로

sadi는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는 조직이었고, 그 꿈을 실현할 기회와 환경이 삼성전자로부터 전폭적으로 지원되던 곳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즐거웠고 멋있었다. ‘멋’이라는 것이 꼭 선을 그어 그 안쪽에 들어간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전리품'이 아니라, 경계 없이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일상의 소중한 것'임을 깨닫게 해 준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디자인하기 좋은 시기에 이처럼 유니크한 교육 기관이 사라진다는 사실은 그저 아쉬울 뿐이다. 많은 새로운 것이 시도되었고, 다양한 꿈을 꿀 수 있었으며, 다양한 시각을 키울 수 있는 곳이었는데 말이다.

역사는 늘 말한다. 기존의 문이 닫히면 새로운 문이 열린다는 것을. sadi의 구성원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새로운 문을 열고, 어떤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태어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제는 시대의 문을 닫고 새로운 문을 열어야 할 시점이다. 그때 그 시절의 Bauhaus가 그랬듯이, sadi 역시 이제부터 새로운 문을 두드리고 열어젖힐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기억함으로써 존재하는 디자인 학교, sadi 30년 기념전시가 열린다. 

이번 주 토요일(10일) 오후 2시에 오픈 행사를 가지며, 2주간 진행된다. 많은 관람 바란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sadi의 존재이유가 보다 더 선명하게 드러나기를 기대한다.

이 곳 전시에서는 좋은 결과물보다는 그 결과물을 만든 사람이 얼마나 즐기고 있는 지에 주목하여 보면 좋을 듯 싶다. 

SADI 30주년 기념 동문 전시 <ANDEX>

 

 

작성일: 2026-01-11 | 카테고리: Daily Tweet | 방문자수: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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