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8일 토요일, 서울대학교 국제디자인컨퍼런스IDCC(International Design Culture Conference)의 기조연설격인 하라켄야의 세미나에 다녀왔습니다.
여기에서 하라켄야 선생님의 디자인 교육 접근법을 알게되었는데요.
하라 켄야 선생님의 디자인 교육 접근법인 EX-FORMATION은 한국 조계종의 **화두 명상(간화선)**과 깊은 유사점을 지닌 매우 흥미로운 개념인데요. 이 접근법은 디자인 과제를 통해 학생들이 명상적 사고를 실천하도록 유도하는 교수법으로, 단순한 문제 해결 중심의 서양식 디자인 교육과는 다른 차원의 철학을 보여줍니다.
특히 화두 명상의 핵심인 ‘의문을 지속하며 사유하는 과정’을 디자인 교육에 접목함으로써, 학생들이 일상적 사물과 경험을 새롭게 바라보고, 사유의 깊이를 확장하도록 돕는 접근법은 문제 해결을 목표로 삼는 기존 디자인 교육 패러다임을 넘어, **‘깨달음과 성찰을 통한 창조’**라는 동양적 디자인 미학을 구현하는 매우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화두 명상은 스승이 제자에게 수행의 주제로 던지는 ‘화두(話頭)’를 깊이 참구하며, 단순한 사유가 아닌 체험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는 명상법입니다. “한 손으로 손뼉 치는 소리”, “이 뭐꼬?”와 같은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던지고, 그 답을 생각으로 찾는 대신 몸과 마음으로 탐구하며 깨닫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라켄야 선생님의 EX-FORMATION 교육법 역시 이와 닮아 있습니다. 그는 ‘known(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unknown(아직 알지 못하는 것)’으로 전환시키며, 갓난 아이의 눈과 귀, 코로 세상을 새롭게 탐색하는 태도를 강조합니다. 한 주제를 끊임없이 새롭게 바라보고 익숙함 속에서 낯설음을 발견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디자이너의 예리한 감수성과 직관을 일깨웁니다.
결국 그의 수업은 결국은 디자인을 통한 명상 수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디자인 행위를 통해 일상 속 화두를 탐구하고, 스스로의 감각과 경험을 체험적으로 성찰합니다. 하라 켄야는 단순한 디자인 교육자가 아니라, 명상가이자 명상 스승으로서 학생들이 '사용자의 문제해결'과는 격이 다른 깨달음의 디자인을 실천하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깊은 철학적 기반이 그가 10여 년 이상 한결같이 이 수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이었을 것입니다.
디자인 교육자로써, 다시 한 번 깊이 성찰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결국 일상 속 화두를 갖는다는 것은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로서 한 걸음을 내딛는 중요한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의 화두, 내일의 화두, 그리고 평생 붙들어야 할 화두는 무엇일까요?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 그것이 창작과 성찰의 출발점이 아닐까요?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