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팅과 매니지먼트는 결국 같은 말
컨셉팅과 매니지먼트는 결국 같은 말

2025년 4월 5일 (토)

올해도 4월 18일, 인사동 조형갤러리에서 25분의 크로키 작가님들과 함께 단체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이 두 번째 단체전 참여입니다. 작년에는 개인전, 단체전, 페어 참여 등으로 전시 준비에 몹시 바빴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다시 말해 콘셉트가 뚜렷하지 않은 작품들로 전시에 참여한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전시 참여를 자제하고, 콘셉트를 정제하며 전시 작품의 퀄리티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번 전시 작품의 콘셉트는 ‘공간’입니다. 인체가 가진 유려한 선을 단순화한 직선으로 표현하며, 공간을 차지하는 양감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인체 본연의 풍성한 양감을 몇 개의 단순한 선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단순한 선으로 표현하는 공간감을 작가 고유의 시선으로 반영하려 했습니다. 이 콘셉트의 핵심은 공간감을 보여주는 데 방해되는 모든 선을 제거하는 데 있었습니다. 신체를 구체적인 선으로 묘사하려는 순간, 오히려 인체가 지닌 공간감은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였기 때문이죠. 참 아이러니합니다. 잘 그리려고 하니 콘셉에서 더 멀어지니 말이죠.

 

그래서 과감하게 모든 선을 생략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첫 번째 영감을 준 작품은 2월 8일의 작업에서 나왔습니다. 그날의 작업을 통해 ‘인체의 아름다움이 생략과 직선만으로도 표현될 수 있구나’를 확인할 수 있었지요. 우연처럼 나온 선으로 느껴졌지만,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그런 선을 추구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이후에도 인체의 공간감을 표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갔습니다. 인체를 큰 덩어리로 나누고, 그 덩어리를 양감으로 표현하며, 또한 어떻게 관절과 결합할 수 있을지를 탐구해 나갔습니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결국 4월 5일의 작업에서 일부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인체를 단순하게 표현해도 공간감이 드러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긴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이 과정을 집중적으로 반복하며, 더 극단적으로 밀어붙일 생각입니다. 이번 전시 이후에도 공간감이란 콘셉트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고요. 이렇게 계속 여러 작품을 통해서 공간감을 추구해 나간다면 이제 하나의 콘셉트를 가진 작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이 과정을 ‘콘셉팅’ 과정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콘셉팅 과정에서 하나의 명확한 목표가 발견되었고, 그 목표를 결정한 후에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자원과 시간을 활용해 최대한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지금 반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요 흥미롭게도, 이번 독서토론회를 통해 ‘콘셉팅’이라는 단어가 피터 드러커가 말한 ‘경영 혹은 매니지먼트’라는 개념과 의미적으로 거의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번 독서토론회의 책 제목은 『만약 고교야구 매니저가 피터드러커를 읽는다면』이었고요. 소설 형식으로 피터 드러커의 경영(Management) 개념을 쉽게 설명한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조직에서의 매니지먼트를 단순히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작업이 아니라, 성과를 창출하는 주체로 재정의하고 있습니다(주연님 의견). 콘셉팅의 과정에서도 생각(콘셉)이 정해진 후, 행동 양식이 자연스럽게 일정한 방향성을 갖게 되는 것처럼, 경영(매니지먼트) 역시 ‘조직은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조직의 본질을 파악한 뒤, 마케팅과 이노베이션을 포함한 일련의 활동들이 명확한 방향성을 갖게 된다는 설명이 참 와닿았습니다.


또한 경영이라는 것이 결국은 조직원들의 장점을 파악하고, 그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정의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소름이 돋았어요. 보통 경영이라고 하면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원들을 쥐어짜며 일을 시키는 분야라고만 잘못 생각해왔거든요. 이런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던 점이 이번 독서토론회의 중요한 포인트였던 것 같습니다. 결국 디자이너도, 아티스트도 경영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난 후에 인생을 경영하는 나름의 노하우를 쌓아나가는 일은 꼭 필요하니까요.

도서토론회 팀은 일주일에 하루를 ‘매니저의 Day’로 정해, 그 하루만큼은 스스로 경영자의 입장이 되어 그 다음 일주일 동안 해야 할 일을 점검해보기로 합의했습니다. (바로 실행하기 과제죠.) 이 독서 모임을 통해 ‘경영’이라는 큰 개념을 이해하고, 그것을 인생의 일상 전반에 적용해보기로 결정했다는 것 자체가 큰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실천만이 남은 것이고요. 그 실천 과제로는 우선순위 설정과 ‘버릴 것 / 남길 것’ 구분을 일주일 과제로 삼기로 했습니다.

“매일 할 일 중에서 **버릴 것과 안 버릴 것을 나눠볼까요?”**라는 제안에 다들 동의했고,

“버릴 것을 정하는 게 제일 힘들 것 같아요”라고 공감하면서도, 이 과정이 자신의 가치관을 명확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작성일: 2025-04-12 | 카테고리: 책읽고 실행하기 프로그램 | 방문자수: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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