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4월 7일 (월)
‘경험 경제’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서비스 경제’는 익숙하게 들어보셨을 텐데요. 경험 경제란, 제품이나 서비스에 돈을 쓰는 것을 넘어, ‘경험’ 자체에 더 많은 돈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이 개념은 1999년, 파인(Pine)과 길모어(Gilmore)가 처음 소개했는데요. 이제는 ‘경험에 돈을 쓴다’는 개념이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흔히 MZ세대를 ‘경험을 사는 세대’라고도 하잖아요?
그런데 최근에는 이 경험 경제를 넘어서 **‘변신 경제(Transformation Economy)’**라는 개념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이 변신 경제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위 도표를 보면, 우리가 소비하는 대상이 일상용품에서 제품, 그리고 서비스로 점차 변화해 온 흐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용 서비스, 택배, 자동차 정비 같은 실용 중심의 서비스에서, 콘서트, 음식점, 카페, 놀이공원 등 새롭고 신선한 경험의 영역으로 경제의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도 어렴풋이 체감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처럼 경험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신 경제의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로서도 이러한 새로운 경제 시스템 안에서 디자인의 기회 요소를 찾아보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시도겠지요?
그럼 이제 경험 경제와 변신 경제를 비교해보며, 변신 경제의 모습을 좀 더 깊이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아래 도표는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서비스, 경험, 그리고 변화(변신)**의 개념을 비교한 것입니다. 도표를 살펴보면, 서비스는 고객의 시간을 절약해주는 것에 그 가치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경험은 단순히 시간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즉, 그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경험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경험을 반복하고 진지하게 몰입하게 되면, 사람들은 "이 경험을 통해 내 삶이나 내가 변화할 수 있다"고 믿게 됩니다. 바로 이 믿음과 변화의 가능성이 작동하는 지점이, 우리가 말하는 변신의 영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perience Economy(경험 경제)**는 고객이 시간을 보내는 데 가치를 두고, 그 경험 자체를 하나의 경제적 제공물로 바라보는 단계입니다. Joe Pine은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경험 경제는 상품(Goods)과 서비스(Services)를 넘어, 고객이 경험하는 시간과 그로 인한 기억에 가치를 두는 경제입니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에서 단순히 음식을 제공하는 것(서비스)을 넘어,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즐겁고 기억에 남도록 만드는 것이 경험 경제의 핵심입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것이 바로 경험 경제의 결과물입니다. 또 다른 예로, 스타벅스를 떠올려 보면, 고객은 단순히 커피를 사는 것이 아니라, 커피와 공간에서 보내는 경험 자체를 구매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Transformation Economy(변신 경제)**는 이러한 경험을 넘어, 고객 자신이 변화되는 데 초점을 맞춘 다음 단계입니다. Pine은 이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변화 경제에서는 고객이 ‘제품’이 되며, 그들의 목표나 열망을 실현하는 과정이 경제적 가치의 중심이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고객이 단순히 즐거운 경험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경험이 쌓여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이 고객에게 건강한 식습관을 제안하거나, 요리 기술을 통해 자립성을 키워주는 것은 변신 경제의 핵심 사례입니다.
또 다른 예로, 건강한 몸을 원해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하거나, 이탈리아 요리 브랜드 Eataly에서 건강한 요리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경우, 고객은 단순히 식사를 넘어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두 경제 모델은 가치가 어떻게 측정되는가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 경험 경제에서는 고객이 경험에 지불하는 시간당 금액으로 가치가 측정됩니다. 예를 들어, 디즈니랜드에서 분당 30센트를 지불한다고 하면, 그만큼의 시간적 가치가 경험에 부여된 것이죠.
- 반면, 변신 경제에서는 고객의 삶에 나타나는 결과(Outcomes), 즉 고객이 얼마나 건강해졌는지, 더 행복해졌는지 등 실질적인 변화가 가치의 기준이 됩니다.
변신 경제에서는 단발성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몸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단계별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런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도래하고 있다면, 디자이너에게는 어떤 기회의 영역이 있을까요?
디자이너 스스로도 감각적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그 변화된 모습의 장점을 브랜드에 적용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느림의 미학’을 수용하고, ‘감각의 세계’를 열어, 브랜드가 고객의 삶 깊숙이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 말이죠.
제품, 패키지, 공간, 미디어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이러한 변화를 시각적 혹은 감각적으로 표현해 줄 수 있는 능력—그런 능력이 지금 우리에게 더욱 요구되고 있지 않을까요?
1999년 20년 전에 경험 경제라는 용어를 유행시킨 Pine은 변신 경제 (변화 경제)가 미래의 방향임을 암시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고객이 중요시하는 것에 대해서 초점을 잃으면, 디자이너는 경제적 가치가 없는 곳에 힘을 쏟게 됩니다. 디자이너의 변화를 위해선 우리의 관점을 고객이 얻는 변화와 결실에 맞춰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