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4월 3일
구글 adsense 사이트에서 이 블로그의 콘텐츠가 별로 가치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퓨~~ 짐작컨데, 이 판단도 인공지능이 했겠죠? 인공지능이 어떤 잣대를 가지고 이 사이트의 콘텐츠가 별로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마음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 블로그는 라이프로깅처럼 일상에서의 짧은 통찰이나 깨달음, 혹은 소소한 아름다움을 기록하고 나누기 위해 개설하고 운영 중입니다. 개설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콘텐츠 역시 한 가지 주제에 국한되지 않다 보니, 기계가 판단하기에 꾸준한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이제는 기계로부터 검수받고 거절당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 아플 따름입니다.
또 하나의 사건은 openAI ChatGPT 4-o의 이미지 생성기능 관련 사건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그리고 경험해보셨겠지만 이제는 인공지능으로 지브리 스타일의 그림을 누구나 생성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포스터도 만들 수 있고, 잡지의 커버페이지 또는 4컷 만화를 만들 수 있게 되었죠. 이런 시대에 인공지능을 대하는 미적 태도는 어떻게 변화를 모색할 수 있을까요?
산업 생산 시기에 공예 미학에 대응하는 미학으로 기계 미학이라는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기계 생산에 최적화된 조형의 구성을 최우선의 목표로 둔 미학이죠. 생산이 쉬웠으니 일반 대중 시장에 많이 유통되었고, 그래서 그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 미학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봅니다. 인간의 세공 기술을 강조한 공예 미학과는 차별화된 미학이었죠.
그렇다면 그 당시 공예미학을 다루던 사람들이 기계미학을 잘 수용하고 발전시켰을까요? 미학의 변화시대에 적응하기 위하여 공예 미학을 주된 직업으로 삼고 있던 사람들은 어떤 태도를 가졌을까요? 그리고 그 태도 변화가 지금 격변기를 통과하는 이 시대의 미학 연구가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는 코딩 분야에서 일어났던 변화를 미학 분야에도 적용해보는 것이 힌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코딩 커뮤니티에서는 소위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는 개념이 유행한다고 하는데요. 귀찮은 일은 인공지능에 맡기고, 스트레스 없이 코딩을 즐기는 태도를 지칭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미학 분야에서도 소위 '바이브 드로잉', '바이브 창작'이 대세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귀찮은 작업은 생성형 인공지능에 맡기고, 창작자는 창작의 즐거움을 느끼며 창작하는 태도의 변화로요.
오늘 그 Vibe를 느낄 수 있는 실험의 한 자락을 경험하고 나서, 그 경험의 일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래 그림은 내가 매일 진행하는 모닝 드로잉 10분 크로키 이미지입니다. 이 크로키는 신체의 구조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동세를 표현하는 데 아침마다 명상과 같은 중요한 바이브 (즐거움)을 주는 활동입니다.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물로 완성하고, 평소와 마찬가지로 이 그림을 chat GPT에 넣고, '채색해줘' 라는 프롬프트를 넣어봤습니다. 채색에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그래서 조금 귀찮은 일을 생성형 인공지능에게 맡기자라는 태도로 이 프롬프트를 넣었죠. 그런데말이죠. 따란~~~
기대했던 것 아주 이상으로 이렇게 채색을 해주었답니다. 너무나도 채색을 잘 해준 덕분에 당황했지요. 아니 이게 뭐지? 이어서 똑같은 이미지를 SORA Image 에 넣고 똑같은 prompt를 넣어주면, 더 진지한 그림이 생성됩니다.
이런 결과물을 보고, 이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필요없겠군. "디자이너는 망했어."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코딩커뮤니티에서 있었던 것 처럼 말이죠. 작년에 한참 유행하던 프로그래머 무용론에 가까운 현상말이에요. 하지만, 코딩 커뮤니티에서 곧바로 바이브 코딩이라는 신개념을 유행시키며 극복했듯이, 시각 예술 분야에서도 곧 바이브 창작이라는 유행어가 나오며 극복하는 디자이너들이 등장하지 않을까요?
창작의 과정에서 핵심 콘셉은 유지하되, 귀찮고 손이 많이 가고 단순 반복 작업이 많이 필요했던 부분은 인공지능에게 맡기고, 창작자는 즐기면서 창작을 즐기는 태도로 창작을 하는 시대가 곧 도래하지 않을까 조심히 기대해봅니다.
단, 이런 시대가 도래한다면, 이제는 미적 지능이 그 결과로 평가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대신 그 창작의 과정에서 창작자의 집중과 몰입하는 태도가 오히려 더 큰 미적 가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해봅니다. 창작의 과정에서 창작자가 어떻게 온 몸의 감각을 키우고 집중하여 세상을 음미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그 사람의 미적 지능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 같아요.
아직은 초기 가설이기도 하지만, 이 아이디어를 뒷받침하는 책은 지금 읽고 있으니, 곧 독서토론회를 통하여 그 실체를 온전히 소개를 해볼 날이 올거에요. 기대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