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3월 26일
디자인 문제가 어려운 이유는 뭘까?
디자인 문제를 정의하는 일은 혁신적인 디자인 해결안을 만들어내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디자인 문제가 명확하면 비교적 성공적으로 디자인 해결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디자인 프로젝트는 디자인 문제 정의 단계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또한 디자인 문제 정의 과정 자체에서 형성되는 디자이너적 사고 구조는, 현업에 나가서도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정의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디자인 교육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학습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예비 디자이너들은 디자인 문제를 정의하는 단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데, 그 이유는 디자인 문제를 입체적 구조가 아닌 단일한 층위에서 접근하려는 태도때문으로 보인다.
디자인 문제는 흔히 세 개의 레이어가 양파껍질처럼 겹쳐져 있는 입체적인 구조를 가진다. 그런데 이러한 구조를 초기에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단일한 층위에서만 문제를 바라보면, 창조적 혁신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이질적인 요소들 사이의 이상적인 결합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결국, 단일한 층위에서 발견한 문제를 단편적인 해결안으로 나열하는 수준에 머물게 되고, 디자이너나 예술가가 갖추어야 할 콘셉팅 능력—즉, 서로 다른 요소를 연결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디자인 문제의 구조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면, 크게 디자인 스타일 레이어와, 크리에이티브 트리거 레이어,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 레이어로 구성되어 있다. 디자이너는 궁극적으로는 매개체를 통하여 소비자/사용자/시민에게 특정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어떤 디자이너가 궁극적으로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는 지는 디자인 문제의 한 레이어가 된다.
종종 학생들에게 어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나요? 라고 물어보면,
"저는 어떤 어떤 사람들의 삶이 조금 더 나아졌으면 하고 바래요." 라는 답변을 한다. 이 말의 의미는 디자이너가 기획하는 프로젝트가 궁극적으로 어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디자이너의 바람을 표현하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좋은 시작점이지만, 그 것 자체만으로는 온전한 디자인 문제가 아니다. 라이프스타일 층위만을 고려한 디자인 문제로 남게된다.
디자이너가 문제를 정의할 때 두 번째로 고려해야 하는 층위는 창조적 매개체(Creative Trigger) 층위다. 다시 말하면, 디자이너가 어떤 매개체를 통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보통 현업에서는 자신의 직군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매체를 결정하는 일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예비 디자이너의 경우, 본인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매개체를 선정하는 일은 포트폴리오를 통해 자신의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 되기 때문에, 트리거를 선정하는 일은 디자인 문제를 구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여기서 말하는 매개체는 본인이 평소 관심을 가져온 산업군이 될 수도 있고, 특정 소재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평소 모빌리티에 관심이 많았다면 Creative Trigger로 모빌리티를 설정하고, 모빌리티를 통해 어떻게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두 번째 층위까지 디자인 문제의 영역에 포함시키면, 디자인 문제를 보다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마지막 디자인 문제의 층위는 '디자인 스타일' 층위다.
디자인 스타일은 사물과 공간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팀 펑크', '아르 데코', '아르 누보'와 같이 독특한 선, 장식, 배색 시스템을 사용하는 스타일은 그 표현 양식 자체로 디자인의 가치를 부여하는 핵심 요소가 되며, 이는 디자인 연구자들에게 창작과 연구를 이끄는 강력한 동기로 작용한다. 이러한 이유로 디자이너들에게는 표현 양식 그 자체를 연구하고 탐구하는 것이 디자인 문제 해결의 중심 구성 요소로 자리 잡고 있으며, 최근 들어 이러한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스타 디자이너의 등장과 SNS의 발달은 유명 디자이너의 스타일을 분석하고 발전시키면서 디자이너 개인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하려는 행위 자체가 곧 포트폴리오의 경쟁력으로 평가받는 시대적 배경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디자인 스타일은 디자인 문제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결론
디자인 문제가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단일한 층위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티브 트리거', '디자인 스타일'이라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세 가지 층위로 구성된 입체적 구조를 가지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먼저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지 명확히 하고, 이를 구현할 매개체로서 크리에이티브 트리거를 선택하며, 마지막으로 그 스타일을 통해 매력적인 표현 방식을 탐구해야 한다.
예비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문제 정의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이 입체적인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단편적인 접근에 머물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예비 디자이너들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해결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문제의 입체적 구조를 초기에 정확히 파악하고, 각 층위 간의 유기적인 결합과 소통을 통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형성하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