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에게 자기 주도성이라는 성향은 어떻게 발현될까?
디자이너에게 자기 주도성이라는 성향은 어떻게 발현될까?

 



2025년 3월 30일 (토요일)

디자이너에게 자기 주도성이라는 성향은 어떻게 발현될까?    

자기 주도적인 성향은 쉽게 말해서 ‘모여서 작당하다’라는 표현으로 치환될 수 있는데, 첫 번째 단어인 ‘모으다’와 두 번째 단어인 ‘작당하다’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모으는’ 혹은 ‘모이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은, 관심사나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당근 모임방이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사람들을 모으고, 회원과의 관계를 형성하며, 자연스럽게 조직을 운영하고 구성원의 행복을 증진시키려는 노력—예컨대 끊임없이 피드백을 제공하는 일— 등을 통해 발견되고 내재화되며, 성장시킬 수 있다.

동호회방을 자발적으로 조직하고 운영하는 데 한 발 더 적극적으로 다가서려는 노력은, 자기 주도적 성향을 발현시키기 위한 아주 좋은 작은 실험실 환경이 될 수 있겠다. 이때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내적 마인드셋은 ‘내가 이러이러한 도구를 잘 다뤄서 디자이너끼리의 경쟁에서 이겨버리겠어’라는 생각과는 사뭇 다른, ‘내가 가진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 도와주는 방법은 없을까?’하는 마인드셋에 가깝다.

이렇게 마인드셋을 바꾸고 나면, 경쟁 마인드셋에서는 보이지 않던 상대방의 장점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 장점이 더 잘 드러날 수 있게 하려면 도대체 무엇이 더 필요한가?라는 질문도 함께 보이기 시작한다. 이런 마인드셋에서는 일방적인 정보 제공이나 완벽한 서비스 제공만이 디자이너의 정답이라는 생각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의 관점에서 무엇이 필요할까를 생각하는 마인드셋을 더 필요로 한다. 이러한 마인드셋의 전환이 바로 자기 주도성을 발현시키기 위한 첫 번째 필요조건이다.

때문에 자기 주도성은 경쟁과 실력 연마를 통해 길러지는 성향이라기보다는, '오늘 누구를 행복하게 해줄까?' 혹은 '오늘은 누구에게 칭찬을 해줄까?' 하는 마음의 의지를 내는 데서 시작한다. 하루를 시작하는 모닝 페이지 시간에 이러한 마음을 일부러 내보는 것도 실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두번째는 '작당하는' 성향에 대한 이야기다. 작당하다는 일을 꾸민다 혹은 모의한다의 의미를 지닌 단어로, 디자이너가 스스로 주제의식을 갖도록 요구하는 성향이다. 주제의식을 갖는 것은 '편집권한'을 갖는다는 말과도 같은데, 최혜진 작가는『에디토리얼 씽킹』에서 편집권의 본질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자신이 수행하는 선택과 배치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으면 하는지 정확한 목적지를 찍고, 상황에 맞춰 정보 사이의 거리를 조정하는 것이다. 익숙함과 명확함, 낯섦과 모호함이라는 두 원소를 손에 쥐고 목적에 맞춰 적정 배합 비율을 찾아내는 일. 나는 그것이 편집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관점에 대하여 독서토론에 참여했던 멤버는 어떤 의견을 갖게 되었는 지 살펴보자:

 


이 책을 추천한 이진우님은 편집을 실천적이고 영감적인 도구로 보며, 편집을 단순히 콘텐츠를 정리하는 것을 넘어 삶과 비즈니스에 적용 가능한 창의적 재맥락화 과정으로 인식한다. 특히, 기존의 것을 새롭게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빈티지 상품의 재맥락화 등)을 강조하며, 편집이 현대 소비 사회에서 개인의 고유한 관점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빈티지 캠코더나 빈티지 안경 이런 거를 팔아보면서... 상품이라는 것이 가지는 본질이 에디토리얼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재맥락화 산물... 모든 것이 다 있는 시대에 창조하고 이게 빈티지 캠코더가 소비될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이진우님은 빈티지 캠코더와 빈티지 안경을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사업체를 운영중이다.

한편 정원준님은 편집은 저자의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실용적이고 삶에 적용 가능한 기술이다라고 정의를 내리며, 일상에서 편집자의 태도와 관점을 수용하는 생활 습관을 훈련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에디토리얼 싱킹이 조금 어떻게 보면 좀 이 사람의 자서전 같은 느낌이 살짝 앞 부분에... 자기가 모든 걸 독자들한테 다 아낌없이 주려고 하는 게 너무 많이 느껴지더라고요."

박주연님은 편집을 질문과 관점을 통해 본질을 탐구하고, 이를 타인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과정으로 보았다. 특히, 본인의 사업인 라이프 코칭과 연결 지어 편집을 태도와 관점의 문제로 정의하며, 같은 메시지를 맥락에 따라 다르게 재구성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특히나 일방적인 정보전달이 아닌 상대방을 먼저 파악하고, 그 사람의 상황이나 환경 혹은 니즈에 맞게 같은 정보라도 의미의 차이에 주목하여 제공해야 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에디터의 역할이나 코치의 역할은 비슷해 보이더라고요... 결국 태도고 내가 어떤 관점으로 그걸 보고 어떻게 질문을 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먼저 알아채고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독서토론회에 참여한 세 사람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편집권을 가진다’는 것은 주어진 사물이나 사건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정보를 재조직하여 새로운 맥락을 창출하는 능력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을 느껴졌다. 편집권에서 재맥락화의 과정이야말로, 이 시대의 창조적 '작당하기'위한 마인드 셋의 핵심이 아닐까 하는 결론에 도달한다.


미적 지능이란 개념을 결과 중심이 아닌 과정 중심으로 재맥락화를 하면 어떨까?란 질문을 던지고 다시 한 번 미적 지능의 연구 방향성을 정리해본다.  

 

[미적 지능이란 개념의 재맥락화]

디자인 연구를 진행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이 주제는 이미 예술에서 오래전에 다뤄졌다" 혹은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되어온 주제다"라는 선입견일 것이다. 디자인이 현대 사회에서 가장 민감하고 능동적으로 혁신을 주도하는 분야라고 믿고 있지만, 정작 그 근본적인 연구는 예술과 기술의 그늘에 가려 있는 것도 현실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시대에서, 디자이너로서 연구 주제를 찾는 과정은 더욱 어려워졌으며, 결국 인간의 연상 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에 따라, 연구 주제나 비즈니스 아이템을 발굴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서로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요소들을 결합하고, 그 간극에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에디토리얼 씽킹:최혜진) 

최근 나는 미적 지능, 퀄리아, 그리고 신체 활동(요하네스 이튼) 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의 교집합을 찾고 있다. 미적 지능은 흔히 추상적으로 논의되는 개념이며, 퀄리아 철학 또한 미적 지능을 설명할 때 자주 언급되지만, 이 두 요소가 함께 연구된 사례는 많지 않다. 여기에 신체 움직임을 결합하고, 세 요소 간의 간극을 일정 수준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탐구한다면,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특히 신체 활동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림을 그리는 신체적 행위를 통해 퀄리아, 즉 감각을 확장하고 훈련할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퀄리아와 미적 지능은 각 개인이 신체 내부에 축적하는 성질을 가지지만, 선 긋기와 같은 신체적 행위는 집단적으로 부과할 수 있는 공통의 활동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활동 요소를 조직화하면, 단순한 선연습이 아닌 하나의 체조(운동)로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개개인의 미적 지능을 함양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감각과 미적 지능의 발달을 신체 운동과 연결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하는 것이 나의 현재 연구 자세다.

다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있다. 미적 지능 발달을 위한 신체 활동을 인공지능이나 로봇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 또한, 기술을 활용하여 사람들이 이러한 활동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도록 유도할 수 있을까?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 추후 고민해야 할 과제임은 분명하다.

 

 

 

 

작성일: 2025-03-19 | 카테고리: 책읽고 실행하기 프로그램 | 방문자수: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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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무서운 세상이군요. by 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