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감도의 발견, 전주 여행 1
새로운 감도의 발견, 전주 여행 1

전주 여행기

2025년 2월 14일, 서울에서 전주로

2월 14일 금요일 오후 1시, 서울에서 승수와 함께 출발했다. 전주는 몇 번 가본 적은 있었지만 이번 여행은 특별했다. 아티스트 산책을 염두에 두고 가는 것이라 낯선 것에 마주하기, GPS 꺼놓고 공간 인식하기 등을 할 생각이었다. 오후 5시, 친구 집에 도착하면서 본격적인 전주 여행이 시작되었다.

자장면 랩소디, 영흥 수타집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전주에서의 첫 끼니로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서 결정된 곳은 바로 '자장면 랩소디'라는 넷플릭스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던 영흥 수타집. 물자장이라는 전주 특유의 음식을 맛보고 낯설음과 마주하고 싶었던 나는 물자장, 전복짬뽕, 그리고 탕수육을 시켰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예상 외로 한산해서 이 곳이 맛집이 맞나 의심하기도 했지만, 예상보다 맛이 너무 좋아서 새우볶음밥까지 추가 주문을 했다.

물자장은 일반 자장면과는 다르게 붉은 색을 띄며 팔보채에 면을 넣은 듯한 맛이었고, 짬뽕은 국물의 화끈한 매운맛과 해산물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탕수육은 바삭하면서도 소스가 달콤짭짤하게 어우러져 최고의 조합을 만들어냈다. 새우볶음밥은 예상보다 더 훌륭했는데, 탱글한 새우가 듬뿍 들어가 있어 식사의 마무리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평화와평화 카페, 전주의 새로운 인상

전주 하면 흔히 한옥마을이나 전통적인 분위기의 오래된 식당을 떠올리게 되는 데, 이번에 방문한 ‘평화와평화’ 카페는 그런 전주의 이미지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전주의 중심가 한 건물의 3층에 위치한 이 카페는 마치 시인이 카페를 직접 운영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카페 내부는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보여주었으며, 곳곳에 시와 글이 적힌 포스터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커피가 주인공이 아니었다. 글자와 싯구가 중심인 곳이었고, 커피는 그것의 감상을 도와주는 도구에 불과했다. 마치 문학을 사랑하는 동호인들이 모여 만드는 글로써 이루어진 공간과도 같았다. 카페의 컨셉이 명확하면 이런 높은 감도의 공간으로까지 진화할 수 있구나 하는 사례를 발견한 것 같아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전주에도 이렇게 깊은 철학을 담은 카페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다음에도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기억되었다.

디자인 감성이 가득한 목공예 가구 전시장

카페를 나와 전주 남부시장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우연히 디자인 감각이 뛰어난 목공예 가구 전시장을 발견했다. 별다른 계획 없이 들어갔지만, 전시된 가구들의 디자인이 워낙 훌륭해서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모든 가구가 단순한 인테리어 소품을 넘어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으며, 소재의 따뜻함과 정교한 마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한다면 전통적인 한옥마을뿐만 아니라 이런 디자인 감각이 빛나는 공간도 추천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주가 단순히 전통적인 도시가 아니라, 감각적인 디자인과 현대적인 미적 감각도 품고 있는 도시임을 새삼 깨달았다.

전주 남부시장에서 즐긴 육전과 삼겹살 김밥

드디어 도착한 전주 남부시장. 시장에 오면 역시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나는 특히 육전을 좋아해서 망설임 없이 육전을 주문했고, 옆집에서 유명하다는 삼겹살 김밥도 함께 시켰다.

육전은 기대했던 대로 정말 맛있었다. 얇게 저민 고기를 계란물에 입혀 부친 육전은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웠고, 함께 나온 소스와의 조화가 훌륭했다. 하지만 삼겹살 김밥은 생각보다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삼겹살이 들어간 김밥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했는데, 일반적인 김밥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는 이유는 아직도 의문이었다. 어쩌면 유명세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날을 마무리하며

전주 여행의 첫날은 기대 이상으로 감동적인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감성적인 카페, 그리고 디자인 감각이 빛나는 가구 전시장까지. 전주는 단순히 한옥마을과 전통 문화의 도시가 아니라, 감각적인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는 곳이었다. 여행을 마치며 전주가 지닌 새로운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탐색하고 싶은 도시로 남게 되었다.

 

작성일: 2025-02-16 | 카테고리: 내부 감각 각성 프로그램 | 방문자수: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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